로카 디 몬테그로시 빈 산토 델 키안티 클라시코 2012, 시간이 빚은 달콤한 정수
빈 산토: 토스카나의 황금빛 눈물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을 대표하는 디저트 와인, 빈 산토(Vin Santo). 그 이름은 '성스러운 포도주'라는 뜻을 지녔지만, 그 제조 과정은 가혹하기 그지없습니다. 완전히 건조시킨 포도를 오랜 시간 작은 통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카라텔로(Carattello)' 방식은 수십 년에 이르기도 하는 시간과 정성을 요구합니다. 그 결과물은 호두, 무화과, 말린 과일, 한약재 같은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향미, 그리고 농밀한 당도와 산도의 완벽한 균형으로 표현됩니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의 명가, 로카 디 몬테그로시(Rocca di Montegrossi)가 빚어낸 2012년 빈 산토입니다. 한 해의 수확이 10년 이상의 여정을 거쳐 우리 잔에 담기기까지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로카 디 몬테그로시: 가에롤라 가문의 키안티 클라시코 철학
몬테그로시 성(Rocca di Montegrossi) 아래 자리 잡은 이 웨이너리는 마르코 가에롤라(Marco Gaggiola)가 이끌고 있습니다. 가에롤라 가문은 1950년대부터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지어왔으며, 2005년부터는 유기 농법을 실천하며 테루아르 표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들의 포도원은 키안티 클라시코의 역사적 중심지인 가이올레 인 키안티(Gaiole in Chianti)와 몬티(Monti) 지역에 위치해 있어 최상의 조건을 자랑합니다. 로카 디 몬테그로시는 산지오베세(Sangiovese)로 빚은 키안티 클라시코로 유명하지만, 그들이 빈 산토를 만드는 데 들이는 정성 또한 각별합니다. 이는 단순한 디저트 와인이 아니라, 가문의 전통과 시간에 대한 존중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입니다.
2012 빈티지의 특별함과 시음 노트
2012년은 토스카나 전반적으로 더운 여름과 건조한 조건이 특징이었던 해입니다. 이러한 기후는 포도의 당도를 집중시키기에 유리했으며, 빈 산토의 주원료인 말바지아 비앙카(Malvasia Bianca)와 토스카나 트레비아노(Trebbiano Toscano)에게 풍부한 향미와 높은 당도를 선사했을 것입니다. 제공된 시음 노트(2010년 빈티지 기준)를 참고하면, 로카 디 몬테그로시 빈 산토가 지닌 매력적인 프로필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 색상: 진한 호박색 혹은 앰버 색상.
- 코(향): 한약재, 구운 아몬드와 호두, 무화과 잼, 약간의 딸기 잼, 감초, 그리고 오로로소 셰리(Oloroso Sherry)를 연상시키는 견과류와 재(Cinder)의 복합적인 아로마.
- 입안(맛): 매우 높은 점도와 농밀한 당도(에센시아 급에 버금가는), 그러나 깔끔한 산도로 균형을 이루며 긴 여운을 남김.
2012년 빈티지 또한 이러한 클래식한 빈 산토의 특징을 충실히 따르면서, 해당 해의 특성을 담아낼 것입니다. 오랜 통숙성은 산도를 부드럽게 만들고 향미를 더욱 통합적으로 융합시켰을 것입니다.
빈 산토 델 키안티 클라시코 DOC와 주요 생산자 비교
빈 산토 델 키안티 클라시코(Vin Santo del Chianti Classico DOC)는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만 생산될 수 있는 엄격한 규정을 가진 명칭입니다. 최소 3년 이상의 통숙성(리제르바는 4년)을 의무화하며, 말바지아 비앙카와 토스카나 트레비아노 품종을 주로 사용합니다. 로카 디 몬테그로시 외에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몇몇 명가들이 뛰어난 빈 산토를 생산합니다. 아래 표는 주요 생산자들의 빈 산토 특징을 간략히 비교한 것입니다.
| 생산자 (와이너리) | 대표 빈 산토 빈티지 | 주요 품종 비율 (예시) | 주요 특징 |
|---|---|---|---|
| 로카 디 몬테그로시 (Rocca di Montegrossi) | 2012 | 말바지아 비앙카, 토스카나 트레비아노 | 전통적 방식, 깔끔한 산도와 복합적인 견과류/한약재 향, 가이올레 인 키안티의 정통성. |
| 카스텔로 디 아마 (Castello di Ama) | 2016 | 말바지아 비앙카 65%, 트레비아노 35% | 세련되고 우아한 스타일, 신선한 과실 향이 더해진 정교한 균형. |
| 리카솔리 - 카스텔로 디 브롤리오 (Ricasoli - Castello di Brolio) | 2012 | 말바지아 비앙카, 산 콜롬바노 | 키안티의 역사를 간직한 가장 오래된 가문, 풍부하고 따뜻한 향미. |
| 폰테로리 (Fonterutoli) | varies | 말바지아 비앙카, 트레비아노 | 매우 균형 잡히고 드라이한 피니시에 가까운 우아한 스타일. |
로카 디 몬테그로시 빈 산토 2012의 매력 포인트
이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은 '전통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균형감에 있습니다. 막강한 당도와 풍부한 향미 뒤에 항상 깔끔한 산도가 자리 잡고 있어 단순한 달콤함을 넘어 섬세한 음악처럼 입안을 춤추게 합니다. 특히 제공된 시음 노트에서 언급된 '올로로소 셰리와의 유사성'은 오랜 산화적 숙성(Oxidative Aging) 과정을 통해 얻어진 깊이와 복잡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작은 통에서 제한된 공기 접촉으로 이루어지는 전통 방식의 정석을 따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음식 페어링: 전통적으로 토스카나 지역에서는 캔투치(Cantucci)라고 불리는 딱딱한 아몬드 비스킷에 찍어 먹는 방식으로 즐깁니다. 이 외에도 강렬한 블루치즈(고르곤졸라), 푸아그라, 호두 파이, 무화과 타르트 등과의 결합은 환상적입니다. 단순히 디저트로 마시는 것을 넘어, 진한 커피나 코냑 대신 독립적인 디저트 타임을 장식하는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 보관과 서빙: 이미 오랜 숙성을 거친 와인이지만, 적절한 환경(서늘하고 어두운 곳)에서 보관한다면 향후 20-30년 이상 더 발전할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서빙 온도는 12-14°C 정도가 적당하며, 너무 차갑게 하면 향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작은 글라스(디저트 와인 글라스나 소믈리에 글라스)에 조금씩 따라 음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을 마시는 특별한 경험
로카 디 몬테그로시 빈 산토 델 키안티 클라시코 2012는 단순한 한 병의 와인이 아닙니다. 이는 2012년 토스카나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가에롤라 가문의 인내와 정성이 10년 이상의 시간이라는 도가니 속에서 하나로 응고된 결과물입니다. 각 병에는 그 해의 이야기와 숙성실의 정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특별한 기념일, 깊은 밤의 대화, 혹은 고전 음악 한 곡과 함께 할 때 이 와인의 진정한 가치가 빛을 발합니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붉은 보석(산지오베세)만이 이 지역의 전부가 아님을, 이 황금빛 보석이 보여주는 깊이와 여유가 증명합니다. 한 모금이 주는 무한한 여운은, 우리에게 '기다림의 미학'과 '시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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