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그로브 마제스틱 까베르네 소비뇽 2007, 호주 와인에 대한 편견을 깨다
호주 와인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풍부한 과일향과 강렬한 알코올, 묵직한 바디감을 지닌 '옐로우테일' 스타일의 쉬라즈를 먼저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 역시 오랜 시간 호주 레드와인은 그런 경계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펀그로브(Ferngrove)의 '마제스틱 까베르네 소비뇽 2007'을 만나게 되었고, 이 와인은 제가 가지고 있던 호주 와인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단번에 무너뜨렸습니다. 단순함을 넘어 우아함과 복잡미묘함으로 다가온 이 와인은 호주 와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정체였습니다.
서호주의 숨은 보석, 펀그로브 와이너리
펀그로브는 호주 서부 와인 산지의 중심지 중 하나인 프랭클랜드 리버(Frankland River) 지역에 위치한 와이너리입니다.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후와 오래된 토양을 자랑하며, 보르도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의 재배에 특히 적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펀그로브는 '리핑 리자드(Leaping Lizard)'와 같은 보다 접근성 높은 라인업부터, '마제스틱(Majestic)', '심벌(Symbol)' 시리즈와 같은 프리미엄 라인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지역의 특성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마제스틱 시리즈는 최상의 포도만을 엄선하여 오크통에서 장기간 숙성시켜 만드는 이니셜 와인으로, 와이너리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2007년이라는 빈티지는 서호주 까베르네 소비뇽이 젊은 활력과 성숙한 복합미 사이에서 절정의 균형을 이루는 시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제스틱 까베르네 소비뇽 2007, 감상 기록
코르크를 뽑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것은 강렬한 과일이 아닌, 은은한 흙냄새와 건초, 그리고 성숙한 검은 과일의 향입니다. 유리잔에 따라내어 공기를 접하게 하면, 검은체리와 자두, 카시스의 향이 오크에서 비롯된 연필심, 시가르 상자, 가죽의 미묘한 뉘앙스와 조화를 이루며 피어납니다.
입 안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우아한 탄닌이 느껴집니다. 호주 와인에서 흔히 기대하는 '때리는 듯한' 강함이 아니라, 실크처럼 부드럽고 잘 다듬어진 질감입니다. 산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풍성한 과일과 잘 통합되어 와인에 생동감과 구조를 부여합니다. 여운은 길고, 미네랄 감이 느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복잡한 향과 맛이 진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와인은 한 모금이 아니라, 한 잔 전체를 통해 변화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 항목 | 내용 | 비고 |
|---|---|---|
| 와인명 | Ferngrove Majestic Cabernet Sauvignon 2007 | 마제스틱 시리즈 |
| 생산지 | Frankland River, Western Australia | 서호주 대표 산지 |
| 주요 품종 | 까베르네 소비뇽 100% | 소량의 다른 품종 블렌드 가능성 있음 |
| 알코올 도수 | 약 14% | 전형적인 호주 와인 수준 |
| 빈티지 | 2007 | 최적의 숙성 조건을 가진 우수 빈티지 |
| 음식 페어링 | 그릴에 구운 양갈비, 허브 로스트 램브, 숙성된 치즈 | 풍부한 맛과 우아한 탄닌을 고려 |
| 최적의 음용 온도 | 16-18°C | 너무 차갑지 않게 서브 |
호주 와인 다양성의 재발견
이 와인은 호주 와인이 가진 '다양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호주 와인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력하고 과일 풍부한 쉬라즈였지만, 그 빛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얼굴들이 있습니다.
- 지역적 특성의 차이: 바로 서호주입니다. 동부의 바로사 밸리나 맥라렌 베일과 달리 서늘한 기후의 서호주는 보르도나 올드 월드 스타일의 우아하고 구조적인 와인을 생산합니다.
- 품종의 다양화: 쉬라즈 외에도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리슬링, 세미용 등 다양한 품종에서 뛰어난 퀄리티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펀그로브의 '심벌 소비뇽블랑 세미용'은 과일향보다는 무게감 있는 세미용의 특성을 살린 흥미로운 화이트 와인입니다.
- 시간의 선물: 마제스틱 2007은 10년 이상의 병숙을 견디며 더욱 깊어지는 매력을 증명합니다. 이는 호주 와인도 장기 숙성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떤 상황에서 즐겨야 할까?
이 와인은 특별한 날을 더욱 빛나게 하거나,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천천히 음미하기에 완벽합니다. 서둘러 마시기보다는 디캔팅 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즐기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 디캔팅: 최소 1시간 이상 디캔팅하여 잠자고 있던 향과 맛을 깨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 페어링: 와인의 우아한 탄닌과 풍부한 풍미를 고려할 때, 지방이 적당히 있는 붉은 육류(양고기, 소고기)와의 조화가 특히 뛰어납니다. 강한 향신료보다는 로즈마리, 타임 같은 허브로 간을 한 요리가 좋습니다.
- 음용법: 큰 볼륨의 와인 글라스를 사용해 향을 충분히 모아 즐기세요.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공기를 조금씩 빨아들이며(슬러핑) 입 안 전체에서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각에 집중해보세요.
마치며: 편견 너머의 풍경
펀그로브 마제스틱 까베르네 소비뇽 2007은 단순히 맛있는 와인을 넘어서, 하나의 교훈을 줍니다.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이렇다'고 고정된 생각을 가질 때, 우리는 그 대상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의 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호주 와인은 이제 옐로우테일의 이미지를 벗어나, 프랭클랜드 리버의 서늘한 바람처럼 우아하고, 스털링 레인지의 장엄한 산맥처럼 복잡미묘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번에 호주 와인 코너를 지나칠 때, 익숙한 쉬라즈 옆에 자리한 서호주产 까베르네 소비뇽 한 병을 집어 들고 그 안에 담긴 다른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길 권합니다. 펀그로브의 마제스틱이 그 첫 걸음을 함께해 줄 것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