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드니 까레의 포마르 프리미에 크뤼 레 샤르모 2019, 전통과 진정성의 맛

부르고뉴의 심장, 포마르와 레 샤르모

부르고뉴 와인을 이야기할 때, 코트 드 뉘의 포마르(Pommard) 마을은 빠질 수 없는 이름입니다. 볼네와의 경계에 위치한 이 마을은 강건하고 구조감 있는 피노 누아로 유명합니다. 포마르 내에서도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포도원들은 더욱 특별한 개성을 발휘하는데, 그 중 '레 샤르모(Les Charmots)'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포도원입니다. 포마르 마을의 북쪽, 볼네와의 경계에 가까이 위치한 레 샤르모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광물질 감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포도원의 토양 구성과 경사도에서 기인합니다. 여러 유명 도멘이 이 포도원에서 와인을 생산하는데, 그 중에서도 전통과 진정성으로 무장한 도멘 드니 까레(Domaine Denis Carre)의 레 샤르모는 특별한 주목을 받을 만합니다.

자수성가한 와인메이커, 도멘 드니 까레

도멘 드니 까레는 화려한 마케팅이나 유구한 가문의 역사보다는 포도나무의 숨결과 와인메이커의 철학으로 말하는 와이너리입니다. 창립자인 드니 까레는 자수성가한 와인메이커로, 기존의 유명 도멘에서 경험을 쌓은 후 자신만의 도멘을 설립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간결하면서도 확고합니다. 최소한의 인위적 개입으로 포도원이 주는 본연의 풍미를 정직하게 와인에 담아내는 것. 모든 포도는 손수 수확하며, 오크통 사용은 절제되어 과도한 오크 향이 과일의 순수함을 가리지 않도록 합니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메르소르, 생토뱅,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포마르 레 샤르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도멘 드니 까레, 포마르 프리미에 크뤼 레 샤르모 2019 상세 분석

2019년은 부르고뉴 전반에 걸쳐 고품질의 와인을 선사한 해로 평가받습니다. 따뜻한 기후로 인해 잘 익은 과실과 충만한 바디를 가지면서도, 적절한 산도로 신선함을 유지한 해입니다. 도멘 드니 까레의 레 샤르모 2019는 이러한 빈티지의 장점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 품종: 피노 누아 100%
  • 알코올 도수: 약 13.5% (전형적인 부르고뉴 수준)
  • 배럴 사용: 신 오크통 사용을 최소화하여 과일의 순수한 표현에 집중합니다.
  • 노트: 잘 익은 체리와 딸리, 약간의 건과시류(무화과) 향이 느껴지며, 레 샤르모 포도원 특유의 미세한 흙냄새와 스파이스(후추) 감이 은은하게 어우러집니다. 입안에서는 부드러운 탄닌과 생동감 있는 산도가 균형을 이루며, 광물질이 느껴지는 깔끔한 여운을 남깁니다. 힘이 넘치는 포마르의 전형보다는 우아하고 정교한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다른 도멘의 레 샤르모와의 비교

레 샤르모 포도원은 여러 도멘에 분포되어 있어, 각 도멘의 철학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탄생합니다. 아래 표는 도멘 드니 까레의 2019년산을 다른 도멘의 빈티지와 간략히 비교한 것입니다.

도멘 (Domaine) 빈티지 주요 특징 및 스타일 비교
도멘 드니 까레 (Denis Carre) 2019 순수한 과실 표현에 중점. 최소한의 오크, 우아하고 정교한 탄닌, 깔끔한 광물질 감각이 특징. 자수성가 메이커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스타일.
도멘 피에르 지라르댕 (Pierre Girardin) 2017 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 과실의 농축도와 오크 통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음. 젊은 메이커의 도전적 접근이 느껴짐.
도멘 장 미슐로 (Jean Michelot) 1987 전통적인 부르고뉴 스타일의 대표. 오래된 가문의 철학이 담긴, 시간을 견디는 구조감을 보여줌. 오래 숙성된 빈티지를 통해 레 샤르모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샘플.

이 표에서 알 수 있듯, 같은 포도원에서 태어났더라도 메이커에 따라 와인의 성격은 크게 달라집니다. 도멘 드니 까레의 접근법은 과실 본연의 맛과 포도원의 풍토(테루아)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음식 페어링과 적정 음용 시기

도멘 드니 까레의 포마르 레 샤르모 2019는 섬세함과 구조감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다양한 음식과의 페어링이 가능합니다. 특히 우아한 탄닌은 기름기가 많지 않은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 추천 음식 페어링: 오리 로스티, 버섯 크림 소스를 곁들인 비프 부르기뇽, 양고기 스튜,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치즈(콩테, 에봉 등 경질 치즈)와도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 적정 음용 시기: 현재 음용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2024년부터 점차 열리기 시작해 향후 8-10년간은 안정적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접근성 있는 프리미에 크뤼로서 중장기 숙성의 즐거움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진정성의 가치, 도멘 드니 까레를 마무리하며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 도멘들 사이에서, 도멘 드니 까레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확고한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단순함과 진정성에 있습니다. 화려한 기술이나 과장된 마케팅 없이, 포도나무가 전하는 메시지를 정직하게 병에 담아내는 것. 포마르 프리미에 크뤼 레 샤르모 2019는 바로 그러한 철학의 결정체입니다. 이 와인은 강력함보다는 우아함으로, 복잡함보다는 순수함으로 다가옵니다. 부르고뉴의 진정한 매력이 테루아와 메이커의 개성의 조화에 있다면, 도멘 드니 까레의 레 샤르모는 그 본질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입니다. 한 병의 와인에 담긴 포도원의 이야기와 메이커의 열정을 음미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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