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접근성, 시토 모레스코 2018: 피에몬테 명가의 세 가지 영혼이 빚어낸 우아함

명문가의 또 다른 얼굴, 시토 모레스코를 만나다

이탈리아 와인의 거장, 가야(Gaja). 그 이름만으로도 피에몬테의 최고봉을 상징하며, 전 세계 컬렉터들의 로망이 되어온 이름입니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의 귀한 네비올로로 빚은 최상급 와인들은 가야의 명성을 공고히 하지만, 동시에 일상에서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대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야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시토 모레스코(Sito Moresco)'입니다. 이 와인은 가야의 철학과 품질을 고스란히 담으면서도,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 피에몬테의 매력을 전해주는 '데일리 와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2018 빈티지는 피에몬테의 세 가지 주요 품종이 조화를 이루며 빚어낸 우아함으로 주목받고 있죠.

가야, 그리고 시토 모레스코의 탄생 배경

가야 가문은 피에몬테의 바르바레스코를 기반으로 삼았지만, 그들의 비전은 더욱 확장되었습니다. 현재 가야는 세 가지 핵심 지역에서 각기 다른 철학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본진인 피에몬테의 GAJA, 토스카나 몬탈치노의 PSR, 그리고 볼게리의 Ca’marcanda가 바로 그것이죠. 시토 모레스코는 가야의 피에몬테 라인업에서 핵심 최고급 와인들(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등)과는 차별화된, 보다 친근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토(Sito)'는 이탈리아어로 '장소'를 의미하며, '모레스코(Moresco)'는 이 포도밭이 위치한 지역의 옛 지명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와인은 단일 포도원이 아닌, 랑게(Langhe) 지역의 여러 최상급 포도원에서 재배된 포도들을 블렌딩하여 만들어집니다. 그 목표는 복잡함이 아닌, 피에몬테의 정수를 우아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있습니다.

2018 빈티지와 시토 모레스코의 품종 조화

2018년은 피에몬테 지역에게 매우 고마운 해였습니다. 봄과 초여름의 다소 많은 비와 시원한 기온이 걱정을 자아냈지만, 8월부터 찾아온 완벽한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가 포도를 완성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산도와 알코올, 탄닌이 아름답게 균형을 이루는 우아한 스타일의 와인들이 탄생했죠. 시토 모레스코 2018은 바로 이런 이상적인 조건 아래에서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세 가지 품종의 조화를 추구합니다.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네비올로(Nebbiolo)의 구조와 향, 메를로(Merlot)의 부드러운 과일감, 그리고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의 파워와 풀바디함을 한 병에 담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피에몬테의 '세 가지 영혼'을 하나로 융합한 듯한 매력을 지닙니다. 네비롤로만의 강렬함이나 국제적 품종만의 친숙함을 넘어, 이탈리아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에 시토 모레스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구분 내용
와인명 Gaja Sito Moresco Langhe DOC 2018
생산지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 랑게(Langhe) DOC
주요 품종 네비올로(Nebbiolo), 메를로(Merlot),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의 블렌드
빈티지 특징 후반기 완벽한 조건으로 인해 산도, 과일, 탄닌의 우아한 균형을 갖춤. 클래식하고 신선한 스타일.
테이스팅 노트 짙은 루비색. 붉은 과일(체리, 라즈베리), 바이올렛, 약간의 스파이스와 코코아 향. 입안에서는 부드러운 탄닌과 생동감 있는 산도, 중간 이상의 바디감이 균형을 이룸. 여운이 깔끔하고 우아함.
음식 페어링 파스타(라구 소스, 버섯 크림 소스), 그릴드 레드미트, 로스팅 치킨, 중간 정도의 숙성 치즈, 한국 음식으로는 불고기, 갈비찜, 양념게장 등과 잘 어울림.
음용 온도 16-18°C

시토 모레스코 2018, 직접 음미하기

코르크를 열기 전부터 기대감을 안겨주는 것은 가야의 세심한 디테일입니다. 어떤 리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코르크 상태가 양호하게 유지되어 와인이 건강하게 보관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병을 따라 글라스에 담으면 선명한 루비색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코를 가까이 가져가면, 네비올로 특유의 장미꽃과 바이올렛 향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여기에 익은 체리와 라즈베리의 달콤한 과일 향, 그리고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이 가져오는 약간의 초콜릿과 스파이스 느낌이 더해져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아로마를 완성합니다. 첫 모금은 생각보다 부드럽게 입안을 적십니다. 네비올로의 청사과 같은 생동감 있는 산도가 와인에 활력을 불어넣지만, 메를로의 윤기 있는 과일감이 이를 감싸 안아 거침없이 넘어갑니다. 탄닌은 존재감은 있지만 매우 미세하고 우아하게 느껴집니다. 중간 이상의 바디감이 음미하는 동안 입안을 채우고, 피니시는 깔끔하면서도 적당히 긴 여운을 남깁니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음식과 함께할까?

시토 모레스코 2018은 그 자체로 즐기기 좋은 와인이지만, 음식과의 조합에서 그 진가가 더욱 빛납니다. 출장 중 지인과 함께 하는 자리나, 특별하지는 않지만 소중한 일상의 저녁 식사에 안성맞춤입니다.

  • 이탈리안 페어링: 트러플 크림 파스타, 버섯 리조또, 미디엄 레어의 그릴드 스테이크, 오소부코(쇠고기 정강이 스튜) 등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합니다.
  • 한식 페어링: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습니다. 네비올로의 산도는 기름진 음식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죠. 불고기, 양념 갈비, 갈비찜, 심지어 양념 게장이나 간장 게장과도 의외의 조화를 이루어 한식과 와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 치즈: 고다, 체다, 그라나 파다노 같은 중간 정도 숙성된 경질 치즈와도 잘 어울립니다.

마치며: 일상의 특별함을 선사하는 가야의 선물

가야 시토 모레스코 2018은 결코 '가야의 쉬운 버전'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야가 피에몬테라는 지역에 대해 가진 깊은 이해와, 다양한 품종을 다루는 기술, 그리고 최고급 와인만이 아닌 일상의 즐거움까지 포괄하고자 하는 넓은 비전이 만들어낸 독립적인 작품입니다. 뛰어난 빈티지 조건 아래에서 네비올로,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빚어낸 삼위일체 같은 조화는 단순한 블렌드 이상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명문가의 이름에 걸맞은 품질과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데일리 와인으로 손색없는 접근성을 갖춘 이 와인은 와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작은 사치이자 확실한 기쁨을 줍니다. 특별한 날을 기다리지 말고, 오늘 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피에몬테의 세 영혼이 담긴 한 병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바로 시토 모레스코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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