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동 드 브리아이의 숨겨진 보석, 뻬르낭 베르즐레스 레 베르즐레스 프르미에 크뤼 2015
코트 드 보뉴의 북쪽 관문, 뻬르낭 베르즐레스
부르고뉴의 화려함 속에서도 조용한 매력으로 애호가들을 사로잡는 마을이 있습니다. 바로 코트 드 보뉴 최북단에 자리한 '뻬르낭 베르즐레스(Pernand-Vergelesses)'입니다. 이 마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로스-꼬르통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우아한 와인을 선사하는 보석 같은 산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레 베르즐레스(Les Vergelesses)'라는 1급 포도원은 마을을 대표하는 최고의 크루 중 하나로, 강렬한 광물질과 절제된 힘을 지닌 와인을 생산합니다. 오늘은 이 뛰어난 테루아를 생물역학적 농법으로 정직하게 표현하는 도멘, '샹동 드 브리아이(Chandon de Briailles)'의 2015년 레 베르즐레스 프르미에 크뤼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통을 고수하는 생물역학의 명가, 도멘 샹동 드 브리아이
도멘 샹동 드 브리아이는 1834년 설립된 부르고뉴의 전통 있는 도멘입니다. 약 13.7헥타르의 포도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 부분이 사비니 레 본, 뻬르낭 베르즐레스, 그리고 알록스-꼬르통의 최고급 포도원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 도멘의 가장 큰 특징은 1988년부터 생물역학적 농법을 도입하여 철저히 실천해왔다는 점입니다. 화학 비료와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포도나무의 건강과 토양의 생명력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발효 시에는 천연 효모를 사용하고, 새 오크통 사용을 극도로 절제하여(보통 10-25% 미만) 포도 본연의 풍미와 테루아의 정수를 가장 순수하게 전달하려는 철학을 고수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와인에 정교함, 신선함, 그리고 투명한 풍토 표현력을 부여합니다.
2015년 빈티지와 레 베르즐레스 포도원의 특성
2015년은 부르고뉴 전역에 걸쳐 뛰어난 빈티지로 기록됩니다.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 조건은 완벽한 성숙도를 이끌어냈으며, 높은 알코올 도수와 풍부한 과일 맛을 지닌 와인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나 샹동 드 브리아이처럼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생산자에게 있어, 이런 조건은 오히려 신선함과 산도를 보존하는 데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레 베르즐레스(Les Vergelesses)' 포도원은 뻬르낭 베르즐레스 마을 남동쪽 경사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포도원은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상부는 백포도(샤르도네)용, 하부는 적포도(피노 누아)용으로 사용됩니다. 우리가 살펴보는 와인은 상부의 백포도 포도원 '일 데 베르즐레스(Ile des Vergelesses)'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지역의 토양은 얕은 석회암 위에 점토가 섞인 마른(marne) 토양으로, 특히 샤르도네에게 우아함과 광물질, 날카로운 산도를 부여하는 데 기여합니다. 동향하는 이 경사지는 아침 햇살을 받아 포도의 성숙을 도우면서도, 지나친 열기를 피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 항목 | 내용 |
|---|---|
| 생산자 | 도멘 샹동 드 브리아이 (Domaine Chandon de Briailles) |
| 포도 품종 | 샤르도네 (Chardonnay) 100% |
| 산지 | 프랑스 부르고뉴, 코트 드 보뉴, 뻬르낭 베르즐레스 1급 포도원 '일 데 베르즐레스' |
| 빈티지 | 2015 |
| 농법 | 생물역학적 농법 (Biodyvin 인증) |
| 숙성 |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및 큰 오크통에서 약 18개월 숙성 (신 오크 사용률 극소량) |
| 주요 풍미 | 레몬, 백복숭아, 녹색 사과, 생강, 미네랄, 은은한 꽃향기 |
테이스팅 노트: 힘과 우아함의 교향곡
도멘 샹동 드 브리아이의 뻬르낭 베르즐레스 레 베르즐레스 2015는 2015년의 풍요로움과 레 베르즐레스 포도원의 신선한 광물질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입니다.
- 외관: 선명한 골드 옐로우 색상에 녹색 빛이 감도는 매력적인 모습입니다.
- 향: 처음 코를 자극하는 것은 산뜻한 레몬 껍질, 익은 백복숭아, 그리고 살짝 익은 배의 향기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은은한 아카시아 꽃, 생강, 그리고 부드러운 버터리 노트와 함께 짙은 광물질(부싯돌)의 향이 다채롭게 피어납니다. 신 오크의 영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포도와 테루아의 순수한 표현에 집중됩니다.
- 맛: 입안에서는 풍성한 과일의 농축감이 느껴지지만, 결코 무겁지 않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높은 산도가 와인의 중심을 잡아주며, 레몬청, 미네랄, 은은한 견과류의 풍미가 긴 여운으로 이어집니다. 텍스처는 크리미하면서도 탄탄하고, 알코올(약 13.5% 추정)은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습니다. 2015년의 따뜻함이 가져온 풍부함이, 이 도멘의 절제된 양조 철학과 포도원의 선선한 특성 덕분에 놀라운 균형과 신선함으로 승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음식 페어링과 숙성 가능성
이 와인은 풍미가 풍부하면서도 산도가 선명하기 때문에 다양한 요리와의 페어링이 가능합니다. 생선 요리, 특히 버터 소스를 곁들인 조개류나 가자미, 도미와의 조합이 환상적입니다. 닭고기나 칠면조를 이용한 화이트 미트 요리, 그리고 크림 소스를 곁들인 파스타와도 잘 어울립니다. 한국 음식이라면 간이 강하지 않은 해물파전이나 갈치조림과도 의외의 궁합을 자랑할 수 있습니다.
2015년이라는 훌륭한 빈티지와 샹동 드 브리아이의 장점을 고려할 때, 이 와인은 중장기 숙성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2023년 기준) 이미 아주 매력적으로 음미할 수 있지만, 향후 5-8년간 더 복잡한 2차 향(견과류, 꿀, 토스트)을 발전시키며 점점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적정 온도(10-12°C)를 유지하여 서서히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진정성을 추구하는 와인 애호가를 위한 선택
도멘 샹동 드 브리아이의 뻬르낭 베르즐레스 레 베르즐레스 프르미에 크뤼 2015는 화려한 오크향이나 과도한 과일 맛으로 당신을 압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섬세함, 정직함, 그리고 땅의 정수를 담아내는 부르고뉴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이 와인은 2015년의 태양의 열정을 레 베르즐레스의 시원한 미네랄리티로 다스린, 힘과 우아함의 균형 미학입니다. 생물역학적 농법에 대한 믿음, 테루아에 대한 깊은 존중, 그리고 양조 과정에서의 극도의 절제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만약 당신이 과시를 위한 와인이 아닌, 사색을 함께할 수 있고 시간이 갈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는 진정성 있는 와인을 찾고 있다면, 이 와인은 확실히 주목할 만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부르고뉴의 '숨겨진 보석'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가치를 지닌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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