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시 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리제르바 2015: 피에몬테의 우아한 시간

전설적인 이름, 마르케시 디 바롤로의 정수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의 명실상부한 와인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름, 마르케시 디 바롤로(Marchesi di Barolo). 1807년 바롤로의 후작 카를로 타나시(Carlo Tanasi)가 설립한 이 웅장한 와이너리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두 개의 위대한 D.O.C.G 와인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곳입니다. 특히 네비올로(Nebbiolo) 품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통을 고수하는 클래식한 스타일로 유명하죠. 오늘 소개할 와인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바르바레스코의 최상급 표현, '바르바레스코 리제르바 2015'입니다. 리제르바(Riserva)라는 호칭은 최소 5년 이상(적어도 2년은 오크통, 1년은 병)의 숙성 기간을 거친 특별한 해의 와인에게만 주어지는 영예입니다. 2015년이라는 빼어난 비네이지와 더불어, 와이너리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이 와인을 통해 피에몬테의 우아함을 만나보시죠.

바르바레스코: 우아함과 정교함의 대명사

바롤로가 '왕의 와인'이라 불리며 힘과 장중함을 자랑한다면, 바르바레스코는 종종 '여왕의 와인'으로 비유되며 우아함, 섬세함, 정교함으로 평가받습니다. 지리적, 토양학적 차이에서 비롯된 이 뚜렷한 성격 차이는 네비올로 매니아들을 매혹시키는 요소입니다. 바르바레스코 지역은 일반적으로 바롤로보다 해발고도가 낮고 기후가 조금 더 따뜻하며, 토양의 점토 함량이 높고 석회암 층이 두껍습니다. 이는 비교적 일찍 익는 네비올로를 가능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탄닌이 부드럽고 익은 과일의 향이 풍부하며, 전반적으로 더 접근하기 쉬운 우아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마르케시 디 바롤로의 바르바레스코 리제르바는 이러한 바르바레스코의 본질을 가장 정제된 형태로 보여주면서도, 리제르바로서의 깊이와 복잡성을 더합니다.

2015 비네이지: 피에몬테의 황금기

2015년은 피에몬테 전역을 통틀어 뛰어난 해로 기록됩니다. 겨울과 봄의 적당한 강수량, 따뜻하고 건조한 여름,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수확기 조건이 맞물려 건강하고 완숙한 과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해의 네비올로는 농도, 산도, 알코올, 탄닌 사이의 균형이 매우 뛰어나며, 풍부한 과일 특성과 함께 오래 숙성될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따라서 2015년 비네이지의 바르바레스코, 특히 리제르바 등급은 현재 마시기에도 매력적이지만, 앞으로 10년 이상 더 발전할 여지가 충분한 와인들입니다. 마르케시 디 바롤로의 리제르바는 이러한 비네이지의 장점을 전통적인 양조 철학으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테이스팅 노트와 음식 페어링

밝은 루비 빛을 띠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테두리 쪽으로 갈색빛이 감도는 고전적인 네비올로의 색을 보여줍니다. 코에서는 장미와 제비꽃, 바이올렛 등의 아름다운 꽃향기가 먼저 느껴지며, 그 뒤를 이어 익은 체리와 라즈베리, 말린 자두 등의 레드 프루트 향이 다가옵니다. 오크 숙성에서 비롯된 약간의 바닐라, 감초, 그리고 미네랄과 흙 내음이 복잡성을 더합니다. 입안에서는 부드럽고 실크처럼 감기는 질감이 인상적이며, 풍성한 과일 맛과 잘 통합된 산도, 세련된 질감의 탄닌이 조화를 이룹니다. 여운은 길고 깨끗하며, 우아함이 오래도록 머뭅니다.

이러한 우아하면서도 구조감 있는 와인은 풍미가 강하지 않은 정통 이탈리아 요리와 찰떡궁합을 이룹니다. 트러플을 곁들인 리조토, 버터와 세이지로 구운 리조또 밀라네제, 다양한 종류의 그릴드 또는 로스팅한 레드 미트(송로버섯을 곁들인 베일 샤쉬, 로스트 램 등), 그리고 성숙한 하드 치즈(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그라나 파다노 등)와 함께 즐기면 최상의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마르케시 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라인업 비교

마르케시 디 바롤로는 여러 가지 바르바레스코를 생산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바르바레스코 DOCG부터, 특정 마을(세라그릴리 Serragrilli)의 이름을 딴 와인, 그리고 최상급인 리제르바까지 그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위치와 숙성 기간에 따라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죠. 아래 표를 통해 그 차이를 한눈에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와인 이름 등급/특징 최소 숙성 기간 주요 스타일 키워드
Barbaresco DOCG 기본 등급, 여러 포도원의 블렌드 2년 (최소 1년 오크통) 접근성, 신선한 과일, 우아함
Barbaresco Serragrilli 싱글 빈야드(Serragrilli 마을) 2년 (최소 1년 오크통) 세밀함, 진한 과일, 미네랄리티
Barbaresco Riserva 최상급 리제르바 등급 5년 (최소 2년 오크통) 복잡성, 깊이, 장중한 우아함, 장기 숙성 가능

장기 숙성과 현재 음용 가치

2015년 바르바레스코 리제르바는 현재 음용해도 탄닌이 이미 잘 다듬어져 있고 과일의 풍부함이 전면에 나서 있어 매우 매력적입니다. 특히 공기와 접촉하여 잠시 김이 오른 후, 점차 그 깊이가 열리는 과정을 즐기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그러나 리제르바의 진정한 가치는 시간을 견디며 변화하고 발전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잘 보관된 병은 2030년대 중후반까지도 안정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2차, 3차의 더 복잡한 향미(가죽, 타르, 트러플, 건초 등)를 발전시킬 것입니다. 따라서 구매하신 분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을 추천합니다.

  • 현재 음용: 디캔팅 1~2시간 전에 병을 열어 서서히 공기와 접촉시킨 후, 16~18°C 사이의 온도에서 즐기십시오.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질감을 즉시 느낄 수 있습니다.
  • 장기 숙성: 진동과 빛, 온도 변화가 적은 어두운 곳에 수평으로 보관하십시오. 5~10년 후 다시 열어보면 완전히 다른 경이로움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클래식의 가치를 지키는 양조 철학

마르케시 디 바롤로는 긴 역사만큼이나 전통적인 양조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발효는 대형 슬라브로 만든 콘크리트 탱크에서 자연적으로 진행되며, 이는 과즙에 부드러운 열 전달을 제공하여 순수한 과일 특성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맥주레이션(피부 접촉) 기간은 와인의 구조와 색을 추출하기 위해 충분히 길게 가져갑니다. 이후 오크 숙성은 대형 오크통인 '보텔(botti)'에서 이루어져 과도한 오크 향보다는 와인 자체의 순수한 표현과 산화를 통한 점진적인 연화에 중점을 둡니다. 바르바레스코 리제르바 2015는 바로 이러한 전통적이면서도 신중한 접근법의 결정체입니다. 힘으로 압도하기보다는 네비올로 고유의 우아함과 복잡성을 정직하게 보여주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결론적으로, 마르케시 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리제르바 2015는 뛰어난 비네이지의 선물을 전통의 틀 안에서 완벽하게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바르바레스코가 지닌 고전적 우아함과 리제르바의 깊이, 그리고 시간에 따른 변화의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습니다. 피에몬테의 위대함을 알고 싶은 초보자이든, 네비올로의 정교한 매력에 깊이 빠진 애호가이든, 이 와인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만족을 줄 수 있는 명실상부한 '여왕의 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병을 곁에 두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 변화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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